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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원격의료’ 절대 반대…그 이유는

“의료 본질 훼손, 의료 접근성도 높아”

노상우 기자입력 : 2020.01.09 02:00:00 | 수정 : 2020.01.08 22:11:37

지난해 7월 대한의사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사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상우 기자

‘원격의료’와 관련한 논쟁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의료계가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격의료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이다. 통신기기를 이용해 원격지의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했다.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2만명의 의사 회원을 이끌고 여의도 공원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노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자해해 이슈되기도 했다. 2014년 3월 10일에는 의료계 총파업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춤하던 원격의료 논쟁이 지난해 7월 다시 불거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 7개 지역을 발표하고 강원도를 원격의료 허용 특례지로 선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업에 참여할 의원급 의료기관이 1곳 있었지만, 끝내 철회했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없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의료란 환자의 질환을 예방하고 질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진단해 적절한 처방, 술기, 수술로 치료한 후 경과를 확인해 환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원격의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로는 원격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한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대면진료에서도 오진이 발생할 수 있는데 불완전한 영상장비로 대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승국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정부가 단순 만성질환자에 국한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라며 “‘단순’ 만성질환자라고 볼 수 있는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 합병증의 예방과 조기발견, 사망률 감소하는 정부의 만성질환 관리 정책 목적을 볼 때 정부가 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정책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지방의 읍면동 단위까지 확대되고 있어 의료취약지도 감소하는 추세라 의료접근성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지난 2018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360개 기관 중 601곳 반경 1㎞ 이내에 한의원·치과의원을 제외한 민간 의료기관이 있었다. 또 의료취약지에 거주하고 있는 다수의 환자가 고령 및 청력 감소로 원격의료 장비의 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조 이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의 중심은 산업”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기부가 원격의료 정책을 발표한 것은 환자와 의료인은 생각하지 않고 장비산업·기업만이 앞서있는 현 상황을 드러낸 것. 무리한 불완전 원격의료 강행 이유를 다시 고민하고 의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지난달 30일 한 경제지에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역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원격의료’라는 프레임에 단단히 묶여 있다는 것. 김 원장은 “국내 의료전달체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국민 건강 향상과 필수의료의 안정적 보장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 의료계 역시 순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왕 우리가 이룩해 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ICT가 우리 국민의 편안하고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목되길 바란다”며 “우리나라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면에서도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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