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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괜찮아도 괜찮아

괜찮아도 괜찮아

민수미 기자입력 : 2019.11.16 08:20:00 | 수정 : 2019.11.16 00:21:56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습니다. 하루를 위해 3년, 길게 12년을 걸어온 학생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전합니다. 긴 시간 애썼습니다. 격려의 말을 들을 새도 없이 수능 성적을 비관, 세상을 떠난 수험생이 올해도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선택 앞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고인이 된 학생의 명복을 빕니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어떻게 해야 진부하게 들리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돌아보니 수능을 치렀던 어린 날의 쿡기자도 저런 말에 위로받지 못했네요. 과감히 포기합니다. 대신 오늘은 그 어떤 시련도 시간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동년의 여느 가장과 같이 십수 년 돈 벌어 가족을 먹이고 입혔습니다. 그의 딸이 사회에 나가 일할 때쯤 남자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해 혈관이 막히는 병이었는데  유명하다는 곳을 전전했지만, 차도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발의 일부분을 절단했죠. 그리고 지금 그는 걷습니다. 아니 그래도 걷는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네요. 남들보다 많이 불편하고 느리지만 말이죠. 남자는 쿡기자의 아버지입니다. 매일 새벽 병상에 앉아 잠들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갖은 세상 풍파를 맞아본 중년 남성이라 해도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웃으며 말합니다. 결국 모든 건 끝이 있다고. 잊지는 못하지만 이겨냈다고 말이죠.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친구는 재수까지 했지만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복지사가 되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돕습니다. 친구는 힘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꽤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가정형편 탓에 대학에 가지 못했던 친구는 고생 끝에 본인의 사업체를 차리고 현재는 사이버대학교를 통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광고학도가 되겠다며 떠들고 다녔던 쿡기자는 수능을 보고와 책상에 엎드려 한 시간을 울었습니다. 지금은 책상 앞에 앉아 기사를 쓰며 수험생에게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물론 마감을 생각하면 그때와 같이 울고 싶기는 합니다. 그렇게 모두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인생을 삽니다.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을 내면서 말입니다. 

가족 이야기까지 하며 글을 쓰는 이유는 수능 성적을 비관해 삶을 뒤로하는 어린 친구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아픔이 더 크다 말할 수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겪어보고 지켜본 바에 따르면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게 될 시련 중 수능은 꽤 견딜만한 축에 속한다는 겁니다. 제발 이 시간을 견뎌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여러분의 인생을 살았으면 합니다. 오늘 쿡기자는 가수 엑소 멤버 디오의 곡 ‘괜찮아도 괜찮아’의 가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 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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