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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이버 라인의 혐한 스티커 논란, 판매채널 제한이 최선인가

네이버 라인 혐한 스티커 논란, 판매채널 제한 최선인가

이안나 기자입력 : 2019.09.18 16:15:18 | 수정 : 2019.09.19 09:23:01

3년 전 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국내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에서 ‘JYP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쯔위는 사과 영상을 통해 고개를 숙여야 했고, 박진영 JYP 대표도 쯔위의 중국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당시 국내에선 대만 사람이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JYP가 쯔위의 중국 활동을 중단시킨 것은 양안(兩岸간)의 갈등이 문화산업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염두에 두고 ‘사전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이다.

비슷한 일이 네이버 라인에서도 일어났다. 최근 라인은 일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고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한 이모티콘을 판매했다 물의를 빚었다. 한국인들이 보기엔 예민한 문제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가 된 콘텐츠는 라인이 즉시 삭제했다. 한국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후 라인은 ‘라인 크리에이터 마켓’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에 “거주국이 한국 이외인 크리에이터의 스탬프(스티커)에 대해서는 판매 지역에서 한국을 제외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각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항상 고려하고 판매 지역과 심사 지침 등을 업데이트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한국인에게 ‘혐오표현’이 되는 일이 벌어지자 판매지역에서 한국을 아예 제외시켜버린 것이다. 

일본 내 창작자들이 라인에 이같은 콘텐츠를 올린 이유는 라인이 일본인들에게 한국계 서비스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에서 ‘현지화’에 성공했음을 뜻한다. 실제 한일 양국민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도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을 두고 일본에서 불매운동 이 일어나지 않았다. 

라인에 있어 일본 시장의 비중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조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일본에서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이용자의 눈은 피해보자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이외의 지역에선 혐한 성격을 담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묵인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인 측은 “스티커 승인과정에서 제작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 한국 외 거주하는 창작자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정치적‧문화적 갈등 요소는 기준을 나누기 애매하고 사례들이 많아질수록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재미로 즐기는 게임에서도 정치적 쟁점이나 남녀간 혐오 논쟁 요소가 개입되면서 뜻하지 않게 갈등이 유발된 선례가 많다. 게임사들은 ‘문화 검수’의 일환으로 ‘5.16’ ‘5.18’ ‘운지’ 등 정치적 쟁점이 되거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숫자를 금칙어로 차단하고 있다.

라인의 스티커 논란은 콘텐츠 시장에서 인종과 국가, 성별과 계층 등의 대립구도에서 예기치 않은 갈등을 낳을 요소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미리 살펴보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그후의 대처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라인이 한국기업이 만든 것임을 들며 ‘굳이’ 국적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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