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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이박스, ‘속비닐’ 때완 다르네…

종이박스, ‘속비닐’ 때완 다르네…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9.11 16:46:07 | 수정 : 2019.09.11 16:46:12

“직접 장을 보긴 해 봤는지.”

정부와 대형마트가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소비자가 보인 반응이다. 그만큼 현실을 모르는 답답함에서 우러난 짜증일 터다. 실제로 기자가 대형마트에서 만난 다수의 소비자들은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에 반대했다. 그래도 속비닐 규제 때는 “불편해도 감수 해야지요.”라는 반응이 앞섰는데, 이번은 분명 온도가 달랐다. 

물론, 지금 당장 종이박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4사는 지난달 29일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들은 시범사업 등 준비기간을 거친 후 여러 영향 등을 판단해, 이르면 오는 11월 매장에서 종이박스와 포장 테이프, 끈 등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추진 배경은 간단하다. 종이박스와 함께 제공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 관련 폐기물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이들 폐기물은 658톤에 달한다. 이는 상암구장(9126㎡) 약 857개와 맞먹는 분량이다. 종이박스에 포장용 테이프가 붙으면 박스의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늘 지적됐다.  

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은 이 같은 추진 배경에 의문을 던진다. 종이박스가 아니라 테이프와 끈 등이 문제인데, 왜 종이박스가 타깃이 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테이프 등을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대체 하는 게 먼저라는 반박도 나온다. 여기에 자율포장대의 종이상자는 상품 포장에 쓰이고 남은 재활용품이라는 것도 시행 취지 공감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환경단체 역시 회의적 반응을 내놓는다. 종이박스가 사라지는 불편에 비해 쓰레기 감축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당장 종이박스가 사라지면 현장 소비자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아직까지 활용도나 용량 면에서 종이박스가 다회용 장바구니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 만난 소비자는 “장을 보다보면 계란 등 부서지는 쉬운 물건도 있고, 보통 차에 실어가지 않느냐”면서 “앞으로는 차에 박스랑 테이프도 가지고 다녀야 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마트 장바구니는 용량이 작아 박스 대체가 어려울 것 같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테이프를 떼지 않고 분리수거하면 종이박스의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다수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타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나름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종이에 붙은 테이프까지 신경을 써 왔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미리 알았다면 떼서 버려왔을 것”이라고 기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환경부가 종이박스 퇴출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정부의 친환경 캠페인 전체가 ‘탁상공론’으로 비춰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회용 비닐과 속비닐 규제 등은 다수 시민들의 지지아래 추진됐지만, 종이박스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강하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일지 몰라도 아직 몇 정거장은 그냥 건너뛴 느낌이다. 현장 소비자의 반응이 그렇다. 정부와 마트업계는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친환경 캠페인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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