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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쿡기자]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파업 철회 그 후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파업 철회 그 후

정진용 기자입력 : 2019.07.11 06:05:00 | 수정 : 2019.07.11 09:59:53

사진=트위터 캡쳐

노조와 정부간 교섭이 재개됐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우정노조가 총파업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한 번도 파업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키셨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우정노조는 당초 집배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9일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정본부와 정부 중재안에 합의한 후 철회했습니다. 이 총리는 61년간 우정사업 역사상 한 번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칭한 겁니다. 게다가 이 글을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공유했습니다.

이 총리의 글을 두고 개탄스럽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의당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정부의 국무총리가 한 발언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유감을 표한다”면서 “집배원 사고와 죽음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 철회를 미담처럼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은 국민을 위한 희생을 택했는데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할 정부에서 노조를 경시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노총 역시 “노동조합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권리인 파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도 이를 두고 ‘전통’이라고 표현한 것은 노동자 파업에 대한 이 총리의 경박한 인식을 보인다”며 “어이없는 노동의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총리는 문제가 된 부분을 빼고 글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사과의 말은 없었습니다. 

정부의 바뀐 태도에 실망한 이들은 또 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 교육 공무직 본부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얘기인데요. 연대회의는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벌이다 다시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연대회의 측은 “교육당국의 협조적 태도를 믿는다”고 밝혔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을까요. 연대회의와 교육 당국은 지난 9일부터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파행을 빚었습니다. “교육부가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연대회의 측 주장과는 달리 교육부 관계자의 역할은 ‘참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연대회의 측은 이를 두고 교육부가 불성실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반면 교육부는 “이미 교육청 관계자들로 실무교섭단이 꾸려졌기 때문에 우선 교섭을 이어가자”는 입장입니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면 다행이겠지만 결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참다참다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정노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만 해도 과로로 숨진 집배원은 9명. 수년 전부터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우정본부가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결국 집배원들은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파업 중단 혹은 파업 의사를 철회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했던 걸까요. 정부가 이처럼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처럼 행동한다면 파업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연대회의는 이미 “불성실한 교섭이 계속되면 2차 총파업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되겠죠. 보수 야당이나 기업도 아니고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운 정부가 이런 발언과 행동을 하다니요.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은 더 커져만 갑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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