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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변 뒤처리에 4명의 요양사”…치매 노인의 보약 같은 친구들

‘노치원’이라 불리는 길누리어르신재가복지센터 일일체험 ①

유수인 기자입력 : 2019.06.05 05:00:00 | 수정 : 2019.06.12 10:36:53

“젊은 처자가 왔네~ 기자야?”

5월 28일 경기도 가평의 한적한 시골길 한가운데 있는 길누리어르신재가복지센터에 방문했다. 지난 2015년 10월 12일 개소한 센터는 월~토요일 주간에 어르신을 돌보는 노인주간보호센터다. 주간보호센터는 낮에는 시설을 이용하고 저녁엔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심적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돌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핵가족화로 부양 문화가 변화하고 있지만 한때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던 요양시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인해 돌봄 기관을 고르는 것도 일이 됐다.

요즘에는 노인들의 유치원, 일명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야간 노인보호센터가 인기다. 유치원처럼 하루 중 일정한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현실적으로 온종일 부모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의 돌봄 부담을 해소해주고 노인들에게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며, 목욕‧식사‧기본간호‧치매관리‧응급서비스 등 심신기능의 유지,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을 제공한다.

나의 조모가 이용했던, 그리고 나를 낳아 주신 부모를 온종일 맡겨야 하는, 미래의 내가 있을 공간이라는 점에서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양보호사 4명만 둬도 되지만”…정부 기준 인력대로는 운영 어려움 발생

오전 8시 예쁜 정원이 눈에 띄는 길누리어르신재가복지센터에 도착했다. 간판이 없었더라면 마당이 넓은 일반 가정집이라고 했을 것이다. 내부에는 노인들이 둘러앉아 활동할 수 있는 널찍한 거실과 식당, 물리치료실, 수면실, 프로그램실, 화장실, 세탁실, 목욕실, 직원휴게실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설치기준에 맞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약 1시간 동안은 노인들의 송영(送迎)이 이뤄졌다. 송영은 말 그대로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이하는 것으로, 유치원의 등원(登院)·하원(下院)과 같은 개념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기에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요양보호사 2명과 운전기사 1명이 노인을 부축했다. 걸을 수 있는 노인에게는 신발 벗는 것만 보조하면 됐지만, 휠체어 이용 노인과 키가 큰 남성 노인에겐 남성 운전기사와 남성 요양보호사가 달라붙어야만 했다. 

입소 노인들의 장기요양등급은 3~5등급으로 다양했다. 장기요양등급은 신체적·인지적 기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여성 입소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모(67) 할머니는 인지적 능력은 있으나 편마비로 인해 거동과 대화가 어려워 3등급 판정을 받았고, 치매 증상이 가장 심한 구모(96) 할머니도 3등급 판정을 받았다. 남성 입소자 중 막내인 김모(71) 할아버지는 거동에 어려움은 없으나 알코올성 치매로 4등급 판정을 받았고, 인지 능력은 있으나 휠체어가 없으면 보행능력이 떨어지는 장모(86) 할머니도 4등급 판정을 받았다.

여러 차례의 송영이 이뤄진 후 거실에는 29명의 노인이 자리했다. 간호조무사는 먼저 도착한 노인을 대상으로 혈압 측정 및 건강 상태를 확인했고, 남자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세 명의 요양보호사는 2~3명의 노인을 침대 또는 화장실로 데려가 용변 및 뒤처리를 도왔다.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총 5명이다. 정확하게는 간호조무사 1명, 사회복지사 2명(원장 포함), 남성 요양보호사 1명, 여성 요양보호사 4명, 조리사 1명, 운전기사 2명이다. 주간보호센터의 인력기준 상 요양보호사는 수급자 7명당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길누리 센터는 1명을 더 추가해 배치했다.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선아 센터장은 “사실 우리는 보호사 4명만 둬도 되지만 1명을 더 추가했다. 인력을 딱 맞게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르신을 케어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래도 나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남자 선생님이 계시지만, 사실 남자가 있는 센터는 드물다”며 “이분이 휴무일 땐 여자 요양사 3~4명이 달라붙어도 힘들다. 특히 키가 크신 남자 노인의 경우 용변 뒤처리를 할 때면 한 사람이 다리를, 두 사람이 양쪽 팔을, 한 사람이 바지 축을 잡는다. 우리 선생님들의 연령이 젊은 편인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설에서 근무하는 남성 요양보호사는 6.2%인 반면 여성은 93.8%에 달한다. 올해 4월 말 기준 요양보호사의 평균연령은 58.9세이고, 간호조무사 평균 연령은 50세이다. 그러나 이 센터 인력들은 40~50대로 비교적 젊다.

◇ 주6일 온종일 노인과 동고동락, “요양원 최대한 늦게 보내드리려고요”

요양보호사들은 말 처음과 끝에 항상 “어르신”을 붙였다. 알아듣기 어려운 말도 척척 맞췄다. “어르신 여기가 아파요?”, “손을 이렇게 비비면 따뜻해져요 어르신. 비벼, 이렇게!”

장보순 요양보호사는 “이가 없으시거나 장애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대화가 어렵다. 자세히 들으려고 하면 들린다. 이제는 같이 생활하니까 추측해서 맞출 때도 많고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최모(87, 5등급) 할머니는 “나도 혼자서 걷기 힘들고, 못 걷는 노인들도 많은데 선생님들(요양보호사)이 잘 해줘서 좋다. 재밌는 말도 해주고 물도 떠다 준다. 불편하게도 안 하고 화장실도 같이 가준다”고 말했다. 쌍꺼풀이 진해 예쁜 눈이 돋보이던 할머니였다.

9시가 되면서 12명의 입소 노인들은 요양보호사와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프로그램실로 이동했다. 프로그램실로 향하던 구모(81) 할머니는 기자에게 발길을 돌리곤 상황을 설명했다. “아침밥을 집에서 먹고 온 사람은 여기(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처럼 먹고 온 사람은 저기(프로그램실)에 가서 간식을 먹어. 여기서는 밥이랑 간식을 같이 줘”

식사가 끝나고 9시 30분부터는 간호조무사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에게 복약을 보조하고, 요양보호사는 용변 뒤처리 및 아침체조를 준비했다. 식사 후 바로 수면실로 가려는 노인에게는 “어르신, 밥 먹고 바로 누우면 배 나와요. 나 배 나온 것 봐”라고 말하며 체조를 할 수 있도록 회유했다. 

 

29명의 노인과 요양보호사가 둘러앉은 시각은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에게 날짜와 이름 등을 물었고, 노인들은 큰 목소리로 답했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마치 끈끈한 동료애를 보는 것 같았다.

“체조 준비 되셨죠~! 음악 주세요”, “위로 털고 똥배, 아래로 털고 똥배!”, “엄마 노래 같이 불러요, 짠! 짠!” 요양보호사의 외침에 따라 본격적인 아침체조가 시작됐다. 손뼉을 치거나 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고,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진행했다. 센터에 있는 모든 요양보호사와 노인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도 함께 따라 하고 있는 가운데 가사의 한 소절이 귀에 꽂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보약 같은 친구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요양보호사는 딸이 되고, 친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 어쩌면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에게 돌봄 제공자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가족 구성원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아 센터장은 “우리는 어르신들이 요양원을 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실내에서는 휠체어 대신 다리를 쓸 수 있게끔 하고, 아침체조도 참여하게끔 한다”며 “요양원은 보호자가 힘들면 보내는데, 선생님들은 보호자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돌봐드리자’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부모님을 봤을 때 갈비를 못 뜯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르신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저 자녀에게 부담이 될까봐 뭐가 먹고 싶다는 말을 안 하시는 거였다”며 “그래서 먹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식단에 반영을 하고, 간혹 외식도 나간다. 우리는 자녀가 해주지 못하는 걸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치료 지원비 16만원, 수당 6만원 “만능 요양보호사 요구하지만 처우 열악”

약 20분간의 체조가 끝난 뒤에는 바느질 수업이 진행됐다. 인지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전문 강사가 직접 센터에 방문했다. 센터에서는 각종 인지‧정서‧신체 분야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전문 강사를 초청한다. 사실 공단의 요양시설 운영규정상 요양보호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지만, 치료 효과를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대부분의 센터는 요양보호사들이 직업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우리 센터는 16만원이 나오는데 그걸로는 강사비 충당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을 케어하는 것이 전문이지 바느질을 하며 인지 치료를 돕는 것이 전문은 아니다. 치료 효과를 위해서는 전문가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총 9명의 외부 강사를 초청했다. 인건비는 한 타임에 평균 5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토로하며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에서 휴게시간을 주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휴게실에서 쉬라고 해도 눈앞의 상황 때문에 다들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달리 넘어지기만 해도 크게 다친다”며 “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이고, 3년이 지나야 장기근속수당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6만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도 사대보험을 다 떼어가 4만원 조금 넘게 지급된다. 예전에 어린이집을 운영했었는데 그때 보육교사에게는 통장으로 수십만원을 줬다. 물론 그마저도 적은 금액이었지만, 빨간 글씨에도 일하는 여기 선생님들에게 사명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책에서는 ‘봉사정신을 가지고 하는 직업입니다’라고 하지만 사실 경제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미영 사회복지사도 “100% 돈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요양시설에 있는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낮다. 행정적인 일을 더 많이 하긴 하지만 어르신 케어가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 요양보호사를 도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평가와 관련해서도 “3년마다 평가가 이뤄지는데 우리가 이번에 첫 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단에 전화하면, 나라도 그렇게는 답할 수 있겠더라. 매뉴얼대로 하라고 하는데 고시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면 부담이 좀 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센터 내 유일한 남자 요양보호사인 이정훈(50)씨는 “사실 다른 센터에서도 남자 요양보호사를 보기 쉽지 않다. 있더라도 60세가 넘는 분들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본다”며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일하는 것에 비해 급여가 작다고 느껴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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