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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응급환자 살릴 수 있나요?

복지부, “적시에 적정 병원에서 최선의 치료를” vs 전문가들, “글쎄”

오준엽 기자입력 : 2019.02.16 01:00:00 | 수정 : 2019.02.16 12:19:40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이 병원 내 집무실에서 사망했다. 응급의료전문가이자 응급의료체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병원에 있으며 응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이 윤 센터장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열흘의 연휴,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라고 남긴 말처럼 민족대명절 ‘설’을 하루 앞둔 4일 저녁이라는 특수성 때문만 이었을까.

응급의료전문가들은 그의 죽음을 두고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말만을 반복한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등 대처할 수 있는 시간조차 부족했던 긴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뿐이다. 불과 50일 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발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완성된다면 윤 센터장과 같은 응급환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조심스레 고개를 저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응급환자가 발생시점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기까지 응급의료 제공자 간의 신속하고 유기적인 연계와 치료·처치의 적정 시기라는 골든타임이 확보되는 ‘지역 완결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아래 응급의료체계가 나아가야할 개략적인 방향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비전하에 2022년까지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응급질환의 사망률을 질환별 최대 25%이상 줄이고, 국민들의 응급의료서비스 신뢰도를 20%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통합적 서비스 제고 ▲기능적 내실화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 강화 ▲환자중심의 서비스 구현 등 4가지 영역 20개 중점과제를 선정해 내놨다. 특히 환자가 발생한 단계부터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고, 적시에 적절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이 이뤄질 수 있는 지역 응급의료 대응체계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만약 기본계획에 따라 응급의료 대응체계가 갖춰질 경우 갑작스런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으로 인해 환자가 발생하면 선의의 목격자가 처벌의 두려움 없이 119의 안내나 사전교육을 받은데로 근처에 구비된 자동심장충격기(AED) 혹은 자력으로 응급조치를 취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장에 도착한 응급구조대원은 사전에 숙지한 ‘이송지침’과 ‘지역이송지도’를 바탕으로 환자의 질환의 종류와 중증도, 응급정도 등을 파악, 기능별로 권역 또는 지역 응급센터 혹은 달빛어린이병원처럼 야간 경증 응급환자를 담당할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옮기게 된다. 필요에 따라 정부기관 헬기 공동 활용체계에 맞춰 24시간 운행하는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적시에 외상 또는 심-뇌혈관은 물론, 정신질환이나 소아질환 등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옮겨진 환자는 충분한 의료인력과 시설·설비, 적절한 지원 속에서 표준운영체계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받게 된다. 나아가 지역단위로 긴밀히 연계된 응급의료 네트워크와 정보망을 바탕으로 표준운영체계를 비롯해 응급상황 대응체계가 진화하는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추진을 통해 응급환자는 적시에 적정 병원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게 돼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이송-응급실-전문진료 전반에 걸친 개선을 통해 중증응급환자의 사망률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본계획을 접한 전문가들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본계획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인 수도권 응급실의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포함돼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수가나 제재수단을 동원해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어렵게만 만들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환자들 스스로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의식과 지원이 필요하며, 둘째로 환자가 순환할 수 있는 전원체계가 마련돼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응급의료기관의 입장에서 진료거부 등의 민원소지가 있어 오는 환자를 막을 수 없기에 체계가 마련돼야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가 가진 의료상담 기능을 119 혹은 별도의 체계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평소에 공신력 있는 전문적 의료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고,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상황인지의 여부나 어느 기관을 방문해야하는지 등 대처방법을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이다.

한편, 지방 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과밀화도 문제지만 지방의 경영악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한다. 일부 지역센터는 환자나 의료인력이 없어 응급실이 비어있거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며 “제시한 권역과 지역센터, 지역기관 간 역할과 기능은 지금도 있다.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계와 인식이 문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계획이 큰 방향성에 대해 다루다보니 구체성이 떨어지는데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현장과 이후 이송단계에 대한 개선에 집중한 나머지 진단부터 치료, 치료 후 회복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적절한 인력의 확보와 배치, 시설 및 장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방안 또한 빠져있어 앙금 없는 찐빵과 같은 모양이라는 질타다.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 관계자는 “여전히 부족하고 현장의 어려움이나 현실을 담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보고 듣기에만 그럴듯한 제도가 아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고(故) 윤한덕 센터장과 만들면서도 앞으로 함께 구체화시켜나가자고 약속했는데 빈자리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식어가는 것을 국민들이 더 이상 지켜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임상현장과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부족한 부분을 책상에서 상상만으로 알 수는 없다. 중앙과 지방, 권역센터와 지역센터, 1차 응급의료기관, 지역사회와 의료계, 소방 등 유관기관이 함께 소통하며 유기적인 응급의료체계를 만들겠다”고 다짐의 말도 남겼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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