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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는 ‘낙태법’ 개정 의지가 있는가

정부는 ‘낙태법’ 개정 의지가 있는가

유수인 기자입력 : 2019.02.16 14:23:35 | 수정 : 2019.02.17 17:54:56

지난 14일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인공임신중절술(낙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005년, 2011년 발표 이후 세 번째 나온 결과인데다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정부 조사결과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낙태죄 처벌의 상관관계 및 낙태죄 처벌 필요성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위탁을 받아 조사를 진행한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만15세~44세 여성의 낙태 건수는 2005년 대비 크게 줄었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로 추정된다. 그 해 전체 시행 추정건수는 약 5만여 건으로 집계됐고, 2005년 29.8%(34만2433건), 2010년 15.8%(16만8738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산부인과학회 등 의료계가 발표한 ‘연간 100만건’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낙태 건수가 감소한 이유로는 피임 증가, 가임기 여성 감소 등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낙태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라지만 결과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소추정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실태조사에 임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거나,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계와 협력해 실태를 파악하면 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빚어진 ‘낙태죄’ 이슈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도 예민한 문제다. 지난해 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의사에 자격정지 1개월로 처분하는 개정안을 공포했기 때문이다. 시행을 헌재의 낙태죄 폐지 위헌여부 심판 이후로 미뤘지만, 여성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사들에게 이미 ‘불법 의료행위’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산부인과의사회 차원에서 낙태죄 위헌 판결을 대비해 복지부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고, 복지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산부인과의사회 소속 의사는 “시대 흐름상 위헌 판결 가능성도 높고, 또 판결이 났을 때를 대비해 이에 대한 전담팀을 꾸리자고 복지부에 제안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복지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우리는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의 75.4%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가 많았다. 낙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필요로 하는 쪽이 공정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소영 연구위원도 “불법성 여부를 떠나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더 객관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국가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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