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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벤투호 쾌조의 출발, 슈틸리케 때 잊지 말아야

이다니엘 기자입력 : 2018.09.14 05:00:00 | 수정 : 2018.09.13 22:28:56

칠레전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오랜 만에 좋은 분위기를 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새롭게 A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데뷔 2연전에서 1승 1무의 호성적을 냈다.

이 같은 ‘붐 업’에 팬들의 어깨도 들썩이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기로 한 벤투의 ‘강도 높은’ 축구가 한껏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벤투 감독이 설명한 ‘강도’는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부지런함 내지는 전술적 응집력에 있다. 팬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달성한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며 잔뜩 웅크렸던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끝까지 좋았던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팬들이 기억하는 ‘위대한 감독’은 거스 히딩크가 사실상 유일하다. 히딩크조차 부임 초기 ‘오대빵 감독’이란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다. 2002년 월드컵 후 히딩크가 계속 감독직을 유지했다면 박수 받으며 화려한 퇴장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대표팀은 조금이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엄격한 잣대가 들이밀어진다.

단박에 고꾸라진 사례 하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부임하고 이듬해 A매치 20경기에서 16승 3무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1패는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기록이다.

그 해 슈틸리케호는 경기당 평균 0.2실점을 기록,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중 가장 좋은 수비를 보였다. 이 외에도 17경기 무실점, 골득실 +40, 7경기 연속 무실점 등 각종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환호와 야유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2017년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 카타르에 패하고 이란 원정전에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하며 경질설이 대두됐다. 이 와중에 선수를 탓하는 발언 등이 겹치며 국내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언론과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월드컵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쓸쓸히 한국무대를 퇴장했다. 

지금까지의 사례에 비춰 벤투 감독의 미래도 어느 정도 그려진다. 벤투 감독은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직설적인 표현이 많아 소속팀 선수나 구단과 마찰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대표팀을 이끌다보면 부진한 순간은 틀림없이 온다. 그 때에 감독의 솔직한 표현들이 언론을 타고 팬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대표팀은 더욱 위축돼 부진이 장기화된다. 여기에서 감독과 선수간 불화설이 겹치면 최악이다. 얼마 가지 못해 경질이라는 두 글자가 감독의 이력서에 새겨질 터다.

슈틸리케호의 실패는 감독과 팬 모두에게 적잖은 교훈을 준다. 감독은 자신의 뜻에 배치되는 상황에 놓여도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더 악화될 뿐이다. 차근히, 침착하게 풀어나갈 끈기가 필요하다. 히딩크의 사례에서 배우면 된다. 히딩크는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야 비로소 팬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김학범 감독. 사진=연합뉴스

팬들은 ‘과정’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기다림에 응답한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을 이끈 김학범 감독이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공격수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뽑았다가 인맥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황의조는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김학범 감독이 믿고 기용한 결과물이다.

뚝심 있게 선수를 기용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얼기설기 얽혀 있다. 대표팀 선수 기용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치열한 고민을 한 결과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기성용이 결장한 독일전에서 한국은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다. ‘반전’을 일궈낸 선수도 있다.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김영권이다. 그는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관중의 응원이 경기에 방해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몰매를 맞았다. 그러나 본선에서 그는 이를 악물고 수비에 임했고, 야유는 환호로 바뀌었다. 신태용 감독이 비판을 감수하고 꾸준히 기용한 결과물이다. 신 감독이 동일하게 ‘뚝심’을 보였지만 장현수는 야유로, 김영권은 환호로 매듭지어졌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축구에서만큼은 진득하게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 벤투 감독은 올해 4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벤투 감독은 ‘코리안 드림’에 강렬한 동기부여가 된 인물이다. 단편적인 비판보다 그의 축구 철학이 얼마큼 일관되게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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