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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동물실험 정보공개 행정소송서 서울대병원 졌다

향후 동물실험 매뉴얼 밝힐까?

김양균 기자입력 : 2017.09.13 00:30:00 | 수정 : 2017.09.13 08:47:00

사진=픽사베이


“서울대병원은 가장 기본적인 국내 권고 지침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의 말이다. 국내 첫 동물권 행정소송에서 재판부가 동물단체의 손을 들어준 직후 박 대표의 발언이다. 서울행정법원 11부(판사 하태흥 외)는 동물실험 매뉴얼과 보고서를 공개하라며 동물단체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모두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 서울대병원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판결 직후 박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영국 등에서 동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재판은 처음”이라며 “동물실험과 관련한 정보공개 및 판례 자체가 드물어 이번 판결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밝혔다. 

소송은 지난해 1월29일 박 대표가 동물실험지침과 표준작업서 등 실험시설 운영에 대한 규칙, 점검에 대한 국내외 기준, 내부 조사보고서 등에 대한 공개 요구를 서울대병원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극단적인 반대나 과격한 의사표현 등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 “영업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행정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공개를 요구한 것은) 미국 피츠버그대학이나 일본 도쿄대 등 연구기관들의 경우 상시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라며 맞섰다. 서울대병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정한 업무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작년 8월16일 박 대표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안을 제소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에도 공개청구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해 연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청구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보 공개시 “일부 과격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동물시험자체에 대한 극단적 반대나 과격한 의사표현 등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공정한 업무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서울대병원 측 주장에 대해 “공정한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 받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러한 판결을 내린 근거는 ▶(각종 지침은) 동물실험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실험방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업무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고, 오히려 동물복지증진차원에서 권장되어야 한다 ▶정보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시키고, 피고의 업무수행의 타당상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등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이 “영업상의 비밀로서 공개하는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서울대병원의 지적재산권 및 운영자산측면에 피해”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건정보는 영업상 비밀이 아니거나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물실험결과 획득한 구체적인 실험정보의 공개가 아니다 ▶동종의 정보는 정부기관 등에 의해 공개되어서 피고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이익을 해칠 정도의 민감한 정보로 볼 수 없다 등으로 정리된다. 

서울대병원의생명연구원. 사진=김양균 기자


◇ “서울대병원 궤변 무너져”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한 박창길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대병원의 궤변이 무너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상위권 실험시설의 매뉴얼이 과연 제대로 제정돼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국내서 동물실험이나 동물권과 관련한 첫 소송이다.

그렇다. 해외의 경우 동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한 경우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법원에서도 동물실험 정보공개 및 판례 자체가 적어서 이번 판결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동물실험 매뉴얼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매뉴얼 자체가 문제다. 내용을 보면 국제는 고사하고 국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의 경우도 과연 국제(혹은 국내) 기준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매뉴얼 자체가 기준 미달이라고 본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구에는 관심이 있지만, 동물실험 윤리에 관심이 부족하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국내 유수의 실험실 대부분이 국제 권고 기준 뿐만 아니라 국내 기준에도 못 미친다. 

- 실험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국내 실험기관의 외부 윤리위원 활동하면서 상위 10%의 연구기관들의 실태가 심각하단 생각을 갖게 됐다. 서울대병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알려 제도 개선의 단초로 삼기 위해서다. 적어도 서울대병원이라면 국내 기준 정도는 충족시켜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 아닌가. 동물실험 매뉴얼의 정보공개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궤변을 들어 거부했다. 묻지마식으로 밝히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쉽게 말하자면 기초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심각한건 국내 정부 권고 지침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를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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