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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보고서②] 술에 취한 아버지, 닮아가는 아들

알코올 의존증도 유전이 된다

전미옥 기자입력 : 2017.08.24 00:05:00 | 수정 : 2017.09.18 15:20:39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알코올의존증)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매일같이 술을 마신다면, 한 번 술을 마시면 중간에 멈출 수 없게 된다면 당신도 알코올 중독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치료시기가 늦어질 수록 회복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또 알코올중독으로 온 가족이 고통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많은 중독 환자와 가족들이 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쿠키뉴스는 총 8회에 걸쳐 알코올중독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매주 목요일 DAUM 스토리펀딩에 함께 연재됩니다.(편집자주)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때리는 사람이었다. 늦은 저녁 잠든 가족들을 깨워 소란을 일으키던 아버지. 아버지의 주정에 베란다로 이어지는 유리문은 깨지기 일쑤였고 어린 아들의 옷을 벗긴 채 무자비하게 때리는 일은 예사였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항상 TV뒤로 숨던 소년. 김솔(38·)씨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저승사자가 온다.” 

이상하게도 아버지 발소리는 저 멀리서도 생생하게 들렸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큰 소리로 성질을 부리고 어머니와 가족을 때리는 시간은 자주 찾아왔다. 아버지는 집은 물론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주정을 부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꾹꾹 눌러 다짐했다.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군 제대를 앞두고 말년 휴가를 나온 김씨는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뒤늦게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을 잊기 위해 몇날며칠 무작정 술만 마셨다고 그는 말했다.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 가게가 부도난 후 국민학교 3학년 무렵부터 입대할 때까지 함께 살던 외할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채워주던 분이었다. 죽음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괴로움에 익숙한 술을 찾기 시작한 것.

 

술은 그를 급속하게 중독으로 이끌었다. 제대 후 어머니와 생활하며 조선소와 경비업체 등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술 문제로 오래 다니지 못했다. 돈이 지갑에 있으면 술 마시는데 썼다. 술집이나 포장마차 또는 모텔 등지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어머니와 함께 호프집과 편의점도 운영했었지만 팔아야할 술을 마셔버리는 통에 매번 문제가 생기곤 했다. 심각성을 느낀 어머니는 치료를 받아보자고 권했지만, 그는 억울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혼자 마시는 내가 왜 알코올중독이냐며 부정했죠. 그런데 나중에는 제가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폭력을 쓰고 있더라고요. 내가 아버지처럼 돼가고 있구나. 내가 아버지랑 똑같구나...” 

알코올 중독, 대물림된다

알코올 중독(이하 알코올의존증)은 대물림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과음과 폭음을 일삼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자녀는 알코올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부모의 주사, 폭력,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잘못된 음주 습관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또한 술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성장과정의 불안, 신뢰감 결여, 소극적인 대인 관계로 인해 물질이나 행위중독에 영향을 받기 쉽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의존증의 원인에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이야기한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장은 “100% 유전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유전적인 성향은 있습니다. 보통 알코올의존증 부모님의 자녀일 경우 어떤 연구에서는 2~3, 또 다른 연구에서는 5~6배까지 (알코올의존증이 나타날)가능성이 높다고 조사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알코올의존증 입원환자 200(남자 140, 여자 60)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0%(남성 66, 여성 34)부모가 알코올 문제가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코올의존증이 단순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허 원장은 병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고 피한다면 결국 가족 간의 단절만 나타날 뿐이라며, 자녀들의 경우 우울이나 불안, 강박증 등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과정에서 내 자신의 정신건강에 신경쓰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적 도움을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자녀분들은 상당히 괴롭고 힘든 상활을 보내게 됩니다. 중독의 영향으로 우울증, 불안증, 다른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완될 가능성이 있고, 자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중독은 내선에서 회복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족과 나를 위하는 길입니다” _허성태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알코올 의존증의 치료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환자의 의지와 가족의 도움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 현재 김씨는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요양보호사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 

김씨는 할머니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어르신들 모시는 일이 즐겁워요”라며,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배울 점도 많고 (요양보호사 중) 막내라 귀여움도 받고 좋아해주십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안합니다”라며 적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술 끊겠다고 말만 했지만 이제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다시 병원에 올 기회가 있다면 환자가 아닌 상담사로서 다른 환자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솔씨.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김솔씨 제공)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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